동전에 면이 몇 개 있는 줄 알아?
동전의 양면 하니까 두 개 아닙니까?
아니야 잘 봐
안병장은 백 원짜리 동전의 양면을 엄지와 검지로 잡고 지면과 면을 평행하게 만들어 내 눈 앞에 들이댔다. 촘촘하게 선이 세로로 박힌 동전의 옆면이 눈에 들어온다.
그럼 옆면도 포함해서 세 면입니까?
네가 방금 촘촘하다고 한 건 뭔데
그걸 입으로 말한 적은 없습니다만
어쨌든 이럼 면이 몇 개야
제가 아량을 넓게 베풀어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사물을 보는 시각을 더욱 고차원적으로
높여서 돋보기로 보듯 관찰해보니 동전을 가르는 촘촘한 선의 개수만큼 면이 더 있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그럼 이순신 장군이 쓰고 있는 이 관은 어때 이것도 면 아니야?
동전의 한 쪽 면에 도드라지게 또 하나의 면이 올라온 모양새니까 그것도 추가해도 되겠습니다.
그리고 ‘백 원’이라고 가운데 이순신 장군을 두고 쓰인 글자도, 장군님의 옷이랑 얼굴이랑
다 각자 면으로 이루어졌다고 봐도 되겠습니다.
되긴 뭘 돼. 너 동전 세울 수 있어?
한번 해보겠습니다.
백 원짜리 동전 세우기, 학창시절에 학교 책상에 한 두어 번 해봤던 것 같은데
성공해본 기억은 없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 해봤더니 역시나 안 되던 건 지금도 안 된다.
열다섯 번쯤 해봤는데 안 된다.
안병장은 이미 딴 짓 중이다.
오백 원짜리로 해봐도 되겠습니까? 백 원짜리는 너무 어렵습니다.
자.
오백 원짜리도 의외로 더럽게 안 된다.
학이 날아가는 모양새가 촘촘하게 새겨진 오백 원짜리, 자세히 보니 꽤 정교한 조각이다.
얄미운데
안 됩니다. 옆면도 의외로 둥글둥글하고 볼록해서 그런지 균형이 안 잡힙니다.
그런데 볼록한 이 옆면도 면이라고 해도 됩니까?
곡면도 면이지 바보야
아 그렇네요
요? 요~?!?
앗 죄송합니다.
정신 못 차리네 이거 이거 정신 못 차려
그래서 동전에 면이 몇 개라는 겁니까?
너 ‘요컨대’라는 말에 ‘요’가 한자어로 요(要)인 거 알아?
몰랐습니다. 무슨 한잡니까?
요(要)는 ‘구하다, 원하다’라는 뜻이 있고 명사로 쓰면 중요한 점이라는 뜻이야.
요컨대 요는 ‘중요한 것’이라는 말입니까?
요지는 그거지. 너 요지 위에 동전 올릴 수 있어?
갑자기 무슨 헛소립니까?
아니 그 요지 말고 요지, 이쑤시개 말이야
이쑤시개가 갑자기 왜 나옵니까?
이쑤시개를 요지라고도 부르는 거야.
요컨대 요지는 이쑤시개를 요지라고도 부른다는 말이에요?
요? 요~????!!!!
죄송합니다.
여기 동전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나는 백 원짜리와 오백 원짜리, 도합 육백 원을 안병장에게 돌려주었다.
그대로 안병장은 육백 원을 주머니에 넣었다.
어디서 난 건지 알 수 없는 요지를 손가락 위에 세워서 유지하는 묘기를 보여주면서
안병장은 자판기로 걸어가 육백 원짜리 캔 음료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