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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타바스코 들이붓기

2018.07.19 아 그… 그 새끼… 아, 너 비둘기 새끼 본 적 있어? 욕은 하지 마십시오. ✷

THE HIDEAWAY

2018.07.19

아 그… 그 새끼… 아, 너 비둘기 새끼 본 적 있어?

욕은 하지 마십시오.

아니 그 새끼 말고 소 새끼를 송아지라고 할 때 쓰는 새끼.

아 알겠습니다.

본 적 있냐고.

???

대답을 해라

그러고 보니 본 적 없습니다.

본 적 없지? 그치?

본 적 없다고.


?

…했지 말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고전적인 의문 있잖아

그 난제의 전제로도 깔려있는 ‘동물은 새끼에서 성체가 된다.’ 라는 명제 말이야.
여기서 달걀이 새끼를 의미하는 거라고 치고.

그런 대명제가 말이야, 비둘기에 한해서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무슨 말입니까?

너 비둘기 새끼 본 적 없잖아. 본 적도 없는 걸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의외로 본 적 없는데 있다고 당연시되는 건 많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지구의 내핵이라든지.

그것도 하나의 학설이니까 완벽하게 그렇게 생겨 먹었다고 말할 수는 없대.

지구 내부의 구조는 아직 완벽하게 규명되지 않았어.

그렇습니까?

어쨌든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사람들은 비둘기 새끼를 본 적이 없어.

항상 성체만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걸 자연스레 목격할 뿐이지.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난 생각했다.
비둘기는 자연발생한다.

예?

문명의 이기와 자연의 신비가 합일해서 ‘비둘기’라는 형태의 생명의 정수를 나타나게 했다 이 말이야.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입니다.

맞아.
괴담은 허구이지만 무서움을 주지.
그냥 허구인데 공포를 주는 게 아니야.
‘진짜 설마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허구’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생기는 거라고.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라고 덧붙이는 글은 많이 봤습니다.
그럼 그 덧붙임의 의의라 함은 그런 부분에 있겠습니다.

사람들은 비둘기의 성체 밖에 본 적 없는데 그게 당연히 다른 동물의 생태와 같은 과정을 거칠 거라고 생각하지.

애초에 비둘기에 대해서 그런 생각까지는 보통 안 할 것 같습니다만.

당연히 그럴 것이다. 너무 당연해서 그런 사고에 조차 도달하지 못해.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 그걸 살짝 비틀면
의외로 하나의 공포, 전율로 변화할 수 있지.

비둘기가 공기 중에 갑자기 등장하는 장면을 상상하니 확실히 공포… 보다는 어이없을 것 같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비둘기 자연발생설’이라는 도전적인 학설을 이 세상에 발표해본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도 날 부정할 수 없어.
다 모르니까!

(전역이나 해라 빨리)
그런 대단한 생물이 왜 이렇게 길거리에 굴러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게 뭐 어때서.

날개 달린 동물이 그 날개를 너무 썩히고 있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그럼 너는?

예?

너는 다리 달려있는데 왜 안 뛰어다니냐?

(비둘기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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