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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2018.07.18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잘못들었슴다?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왜 두 번 말하십니까 니가 ✷

THE HIDEAWAY

2018.07.18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잘못들었슴다?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왜 두 번 말하십니까

니가 못 들었다며

사실 들었습니다.

알아.

‘잘 못 들었습니다.’ 랑 ‘잘못 들었습니다.’
뭐가 본래 그 말의 의미에 맞는 걸까?

그걸 그렇게 말로 하시면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도 모르십니까?

띄어쓰기 했잖아

‘잘 못 들었다’는 제대로 못 들었다는 의미가 되겠지?

‘잘못 들었다’는 이상하게 들었다는 거잖아.

넌 뭐야.
전자야 후자야.

중자입니다.

배달음식 같은 대답하지 말고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란지나 말해봐.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왜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안병장님이 안병장님처럼 생겼듯이 그냥 그렇게 된 거 아니겠습니까?

그냥 그렇게 된 것에 이유는 없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이유를 달면 거기에 ‘굳이?’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야?

굳이 이유를 달자면 안병장님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 먹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은 꼭 과학적인 접근이 수반되는 것 같아, 항상.

과학의 본질이 그렇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사물과 현상을 설명할 근거나 이유를 찾는 것.

종교적인 접근도 언제나 따라오지?

물론입니다.

(Fact: 안병장은 교회에 다닌다. 식전기도는 안 한다.)

어떤 거든 간에 이유는 붙일 수 있네.

굳이?

반말하냐?

아닙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진짜 맞는 이유인지는 알 수 없잖습니까.

왜?

예를 들어 유전자 얘기도 왜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먹었는데? 라는 질문을 하게 되면
결국 무한 반복의 길로 들어서지 않겠습니까?

그럼 독수리 부리가 왜 노란지 알려면 철학까지 섭렵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게 되겠습니다만 저는 싫어합니다.

뭐를?

이유의 이유를 찾는 사유를 싫어합니다.
아이유 노래는 좋아합니다.

그게 무슨 말인데?

문제를 위한 문제라는 말 들어 보셨습니까?

들어봤지.

이유 찾기를 계속 해봐도 이데아 같은 가상의 개념을 정의해 놓지 않는 이상 무한히 반복되는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데?

지겹지 않습니까?
예로부터 계속 내려온 끝없는 본질 찾기.

그래서?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포기라기 보단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나무 위에서 물고기 찾기 같아서.
나무 위에 물고기가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근데 그냥 받아들이면 불안하잖아.
밤에 자려고 누울 때마다 생각나잖아.

그럼 기도하십시오.

왜?

불안하니까.

누구한테?

Omnipotent, Omniscient, Omnipresent 한 존재한테 말입니다.

하나님?

‘구글’ 말입니다.

-독수리 부리는 왜 노랄까? 그건 네이버에도 나와 있지 않다.

[공군 휴머니스트 긴호흡]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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