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o Economicus

First Name Hegemony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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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IDEAWAY

23년 11월을 장식한 헤드라인 중 샘 알트먼의 Open AI 퇴출만큼 충격적인 소식은 없었다.

AI 시대를 불러온 선봉대인만큼 Open AI의 CEO직은 막대한 권력의 좌다. 왕좌가 평화롭게 유지되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타이밍이 놀라웠다. 이사회의 과반수가 갑작스레 샘에게 반기를 들더니 그를 왕좌에서 끌어내린 것이다.

쿠데타는 간결하고 날카로웠다. 샘이 F1 그랑 프리를 참관하기 위해 라스 베가스에 묵을 동안 이사회는 알트먼의 탄핵을 투표에 부쳤다. 이사진의 과반수 찬성으로 알트먼의 퇴출을 확정짓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사진은 이 사실의 공식 발표를 5분 남겨두고 알트먼에게 구글 미트 상 통보하는 것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계획된 암살극

왕 죽이기가 얼마나 피말리는 일인지는 석세션의 묘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반란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샘의 당혹스러움을 보면 그도 예상치 못했던듯 한데, 대부분의 쿠데타가 시작 전 발각되어 실패하는 것을 생각하면 허를 제대로 찌른 셈이다.

이렇게 깔끔한 반란은 자연 발생하지 않는다. ‘반란’이 ‘혁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사람, 자원, 그리고 상황까지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져야 한다. 스러져가는 왕국이라 한들 군주는 군주다. 그렇기에 반란은 목숨을 걸어도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하물며 떠오르는 제국의 왕좌 쟁탈은 얼마나 더 하겠는가. 누군가 샘을 위한 완벽한 암살극을 오랜 기간 리허설 해온 것이다.

알트먼은 쉽게 마음을 내는 사람이 아니다. 실리콘 밸리의 흔한 찌라시 중 하나는 알트먼이 상당한 냉혈한이라는 점이다. 혹자는 알트먼의 Y컴비네이터 재직 기간 말미에는 대다수가 그의 행적에 질린 상태였고, 이를 그가 사직한 이유로 꼽기도 한다.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으며, 운영진 중 일부는 이를 사실이 아니라 부정했다.) 정확한 건 미지의 영역이지만 적어도 그가 타인의 호감을 얻는 데 목을 메는 타입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마키아벨리적 리더십은 여러 테크 산업 리더들의 공통된 특성이긴 하다).

그래서 더욱 준비성과 실행력이 돋보이는 암살극이다. 그 구글 미트에 누가 참여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알트먼의 뇌리에 떠오른 이름은 하나가 아니었을까. 카이사르를 찌른 칼은 다섯 자루였지만, 그가 외친 이름은 브루투스 하나였듯이.

알트먼의 브루투스는 일리야 수츠케버다.

Et tu, Ilya?

일리야 수츠케버.
래리 페이지와 일론 머스크는 그의 영입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 끝에 20년 친구 관계를 청산했다.

사실 Open AI의 현재를 논하는 데 일리야는 알트먼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갖고 있다.

지금의 GPT모델은 일리야가 없었다면 아마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AI의 산업적 연구에서 일리야에 필적한 업적을 가진 인물은 거의 없다.

특히 AI의 상용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는 데 공헌이 지대하다.

세상에 딥러닝의 위력을 처음 선보인 것부터, 구글의 텐서플로우TensorFlow와 알파고AlphaGo, 그리고 OpenAI 챗GPTChatGPT에 이르기까지 지난 10년간 AI 발전사 중 AI와 대중의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마다 일리야의 손길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일론의 적극적인 러브콜 끝에 일리야는 래리 페이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글을 나와 OpenAI 공동창업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뭐, 이후는 다 아니까.

알트먼과 반대로, 일리야는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고 명성에 대한 니즈가 큰 사람도 아니다. 그의 작품은 알아도 이름은 처음듣는 사람이 대부분인 점이 가장 큰 증거다. (래리와 일론에게 동시에 러브콜을 받는 사람인데, 그보다 더 효과적으로 인정욕을 충족할 방법이 있긴 할까?) 알트먼은 그와 꽤나 깊은 친분을 가진 사이였다. 단순히 니즈에 따른 사업 파트너를 넘어,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친구였다.

적어도 이 암살극 전까지는.

무엇이 일리야로 하여금 단검을 쥐게 만들었을까?

알트먼의 해임에 대해 일리야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AI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 표현했다.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는 꾸준하게 OpenAI의 상업화를 주장해왔지만, 알트먼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비상업적 운영에서 방향을 튼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일리야와 일론을 포함한 다수의 관계자들은 우려를 표했지만, 결국 알트먼은 밀리초마다 쌓여가는 서버비를 대줄 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서버 없이 AI는 없다. 서버비를 충당할 수단이 ‘인류애적 투자’하나에서 무수히 많은 상업적 기회로 확장되며 OpenAI는 순조롭게 발전을 거듭할 수 있게되었다.

달라진건, 반대자 중 문제를 일으킬 만한 ‘정치꾼’들을 주시하는 정도였을까?

이 훌륭한 암살극이 성공한 이유도, 혁명이 되지는 못한 이유도 모두 여기에 있다.

성공하면 혁명…

예상보다 큰 논란이 일자 오픈AI는 재빠르게 상황을 복구(?)시켰고, 그렇게 반알트먼 세력의 꿈은 이일천하에 그쳤다. 알트먼이 복귀했다는 소식을 본 세상은 안심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 즈음에 든 생각.

언제부터 사람들이 CEO의 거취에 이리 심장을 졸였던가?

…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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