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tion

1 “People are afraid of connections,”

playlist for freudian slips, part 1.

THE HIDEAWAY

“People are scared of missing out,” says a lady on the radio.

“사람들은 자기가 뒤쳐질까 무서워하는 거죠,” 라고 라디오 mc가 말한다.

That’s the one thing that seems to matter. Nothing else does- not the fact that I’ve just gotten to Seoul, not that I feel worn out from the flight, not that my stash of coke has run out even before I got here, not that I’m jittery and cold from the comedown. People are afraid of each other and they have to drink and eat expensive food and scan the feed on Instagram.

내가 방금 서울에 도착한 것도, 오랜 비행에 지쳐있는 것도, 이륙도 하기 전에 쟁여둔 코카를 다 해버렸다는 것도, 그래서 지금 반감기로 추위에 덜덜 떨고 있다는 것도. 그 말이 아니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들은 뒤쳐지기 무서워 술을 마시고, 여행을 가야 하고, 취미를 만들고 인스타 피드를 하염없이 보고 앉아있어야 한다.

The air is cold outside. It’s almost the end of December. I’m on the backseat of the Mercedes my father sent to have me picked up outside the airport. The seat is warm but not enough to keep me shaking and white-faced from the comedown. I regret having done so much coke at the JFK. I find a bottle of water at the side of the door, and take some Xanax.

바깥 공기는 얼얼하고 이제 12월도 거의 끝자락이다. 나는 공항에서 날 픽업하라고 아버지가 보낸 벤츠의 뒷자리에 앉아있다. 데워진 발열 시트도 반감기를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 떨림은 멈추지 않는다. JFK에서 코카를 너무 많이 한 것이 후회되고, 도어핸들 밑에 물병을 찾아 자낙스를 몇 알 삼켜야 한다.

I’m in front of the house when I open my eyes.

눈을 뜨니 어느새 집 앞이다.

 The house hasn’t changed at all. When I walk inside, the house is quiet except for some maids doing the cleaning and housekeeping. They all seem to know who I am, and don’t even throw a brief glance. I walk up the stairs to my room, and notice that my mom’s room door is locked. Inside my room, the closet is half-empty, holding clothes that I didn’t take with me either because they were too old or because they were too expensive.

집은 바뀐게 하나도 없어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몇몇 메이드분들이 청소랑 정리정돈을 하는 소리 말고는 완전히 조용하다. 모두들 내가 누구인지 아는 눈치인지 내게 슬쩍 눈길을 주는 사람조차 한 명도 없다. 대리석 계단을 올라 내 방으로 가는 길에 엄마 방을 보니 문이 잠겨있다. 내 방의 벽 하나를 차지하는 옷장 안은 반이 비어있다. 대학 기숙사에 가져가기엔 너무 오래됬거나 비싼 옷들이 가지런히 줄줄이 걸려있다.

 The bed has been neatly folded, and my old toys and accessories are gathered in a box. The table is empty except for a few books and paper.

침대는 위에 이불까지 깔끔하게 개어져 정돈되어 있고 내가 어릴적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기타 잡다한 물건들은 박스 하나에 모여있다. 책상은 책 몇 권과 종이 몇 장을 제외하면 텅 비었다.

My phone rings, and I see it’s a party invitation from Ben. The party starts at 10PM tonight and he tells me to make it on time.

폰 알람이 울려서 보니 벤이 파티 인비테이션을 보냈다. 파티는 오늘 밤 10시부터고 제때 맞춰 오라는 말과 함께.

 It’s 11 AM right now and I remember that I have to make it to lunch with my father. I look at the message from my father and realize that it’s 2 hours from now, at the restaurant in our hotel.

지금은 오전 11시이고 아버지와 점심 약속이 있고 반드시 가야 한다는 사실을 내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아버지에게서 온 톡을 읽다 약속이 지금부터 두 시간 뒤에 우리 호텔에 있는 식당에서라는 걸 깨닫는다.

I start digging through my closet, and am relieved to find a small folded thousand won bill inside one of my summer jeans. There is just enough coke for a line in there. I take a 10k-won bill from my the coke on my table, arrange it into a line, and snort it up. I cough because my throat is so dry, but I feel better.

내 옷장 안을 샅샅이 뒤져서 여름에 입는 청바지 중 한 벌 안에서 작게 접힌 천원 짜리 지폐 하나를 찾아낸 후에야 좀 안심이 된다. 펴보니 딱 한 줄 정도 할 수 있는 양의 코카가 들어있다. 내 책상에 그 가루를 톡톡 털어낸 다음에 내 지갑에서 아멕스 블랙을 꺼내서 가루를 조심스레 정리해서 깔끔하게 일렬로 정렬시킨다. 그리고 1만원 지폐 한장을 꺼내 돌돌 말아 코에 꽂은 후 책상에 대고 훅 빤다. 목이 건조해서 기침이 나오긴 해도 훨씬 기분이 나아진다.

People are afraid of each other.

I slowly read aloud the sentence in my ahead.

사람들은 서로가 두려운 거다.

머릿속으로 이 말을 천천히 되뇐다.

It’s 1:20 and I’m sitting in the private room of the restaurant, alone. It doesn’t bother me that my father’s late, nor does the fact that I’m not hungry at tall. I flirt with the waitress who’s been assigned to our room. It’s almost two when my father gets here, with two of his subordinates. He talks with them for some more until he waves them away. He sits down, tells the waitress to get us whatever, and then looks at me. I put up my best smile.

오후 한 시반이고 난 식당의 개별실에 혼자 앉아있다. 아버지가 약속에 늦었다는 사실은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내가 전혀 배가 안고픈 것도 별 일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난 우리 방으로 배정된 웨이트리스랑 꽁냥대면서 시간을 죽인다. 아버지는 부하 직원 두 명을 데리고 거의 두시가 되서야 도착한다. 두 직원들과 좀 더 얘기를 한 후에야 그 둘을 보내고 자리에 앉는다. 웨이트리스한테 뭐 오늘의 코스 아무거나 달라고 하더니 날 쳐다본다. 난 내가 보일 수 있는 최고로 기쁜 표정을 지어보이려 애쓴다.

He asks me how I’ve been doing, how Cornell is, and that I have three years until I have to move onto MBA and then enter his business. I’m nodding all through his talks, smiling, making an effort to understand at least a bit of what he’s saying.

아버지는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 코넬은 어떤지, 내가 MBA를 이수하고 사업에 참여하기까지 3년밖에 안 남았다는 것을 기억하는지 물어본다. 말씀하시는 내내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짓고 적어도 말씀하시는 내용의 일부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I only tense up when he shifts his subject to the holiday. He tells me that he’s sorry that he can’t spend it with me and mom. I nod and smile, tense. He finally asks the question I’ve dreaded for, asking me what he wants for Christmas. I try to smile, telling him that I don’t need anything.

내가 바짝 긴장하는건 주제가 크리스마스로 옮겨간 후이다. 아버지가 엄마랑 나랑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나는 긴장한 채로, 겨우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지어보인다. 내가 정말로 회피하고 싶던 질문이 결국 나온다. 선물로 받고 싶은 거 있니? 난 딱히 필요한게 없다고 하면서 미소를 지으려고 해본다.

 He asks again if I’m sure, if I wanted money. I feel my palm sweating as I tell him I don’t need any.

I finally let go of my muscles when he gets a call. He stands up and tells me that he has to go, that he’s sorry he has to leave, and then tells me he’ll wire some money to my account.

아버지는 확실하냐고 물어보더니 돈은 필요없냐고 한다. 필요없다고 말씀드리는 내 손이 땀을 쥐고 있는게 느껴진다. 아버지한테 전화가 온 덕에 난 내 근육을 풀어준다. 아버지는 일어나더니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한다고, 이렇게 두고 가서 미안하다고 하더니 내 계좌로 용돈이나 좀 보내주겠다고 한다.

“Send me your bank account information. I’ll have the money wired by tonight.” That’s the last thing he says as he leaves the room.

“계좌 번호랑 은행 정보 좀 보내놔라. 오늘 밤까지 이체해놓을테니.”

아버지가 방을 나면서 하는 마지막 말이다.

It’s around 4 when I get back home. Mom seems to be out, and so are the maids. I look at the party poster Ben sent me, and the party’s in some bar I haven’t heard of. I realize I haven’t unpacked yet, which means this suit I’m wearing is probably the only thing that’s good enough to wear to the party.

집에 돌아오니 네시 정도가 되었다. 엄마는 외출한 것 같고, 메이드들도 보이지 않는다. 벤이 보낸 파티 포스터를 보니까 파티는 내가 들어보지 못한 무슨 바에서 열린다. 난 내가 아직도 짐을 안풀었다는 걸 깨닫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입고 있는 이 수트가 아마 유일하게 파티에 입고 갈 만한 옷이라는 걸 깨닫는다.

The phone rings and I see a stack of messages from a bunch of people all asking me if I’m back, if I’m coming to the party, who I’m bringing to the party.

폰이 알림으로 울려서 보니까 이런저런 사람들한테서 내가 지금 서울인건지, 파티에 오는지, 누구를 데리고 갈건지 같은 내용의 톡이 알림으로 쌓여있다.

It’s 11pm, and I’m in my Porsche with Cole, lining up for the valet in front of the bar where Ben’s party is. Cole is coked up and is shouting along to a Libertines’ song on the stereo.

밤 11시, 나랑 콜은 내 포르쉐 안에 앉아 벤의 파티가 열리는 바에서 발레파킹을 맡기려고 줄을 서있다.  콜은 잔뜩 코카를 하고는 완전 취해서 차 오디오에서 나오는 리버틴즈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소리를 지른다.

He’s wearing a leather jacket and a pair of wide wool trousers, a pair of Dior loafers, and a beret.

콜은 발렌시아가 가죽 라이더 자켓에 루이비통 와이드 울 팬츠를 입고, 디올옴므 로퍼를 신고 마가렛 호웰 베레를 쓰고 있다.

 Cole shaved his head last week when he was on a bad acid trip because he thought his hair was slowly piercing into his skull. People stopped him before he could shave his brows off too.

콜은 저번 주에 그닥 유쾌하지 않은 LSD 트립 중에 자기 머리가 조금씩 두개골을 파고 들어오고 있다고 생각해서 모조리 밀어버렸다. 눈썹까지 밀 기세인걸 사람들이 겨우 말렸다.

I enter the bar and grimace at how loud the music is. The DJ is playing Travis Scott and the bass is too heavy, and I feel dizzy and sick.

바를 들어가자마자 음악 볼륨이 너무 커서 나는 눈을 찡그린다. 디제이가 트래비스 스캇을 트는데 베이스가 너무 웅웅대서 어지럽고 멀미가 난다.

“Noah the New Yorker!” Ray shouts, laughing. Ray has bleached his hair. He is wearing a Vetements cap and hoodie, pair of Saint Laurent skinny jeans and a slim, high-heeled motorcycle boots that makes him look even taller than he is.

“노아! 우리의 뉴요커!” 레이가 웃으면서 소리친다. 레이는 머리를 탈색했다. 베트멍 모자랑 후디를 걸치고 검정 생로랑 스키니진에 얄쌍하고 굽높은 베이지색 스웨이드 모터사이클 부츠를 신은 탓에 안그래도 큰 키가 더 커보인다.

 Hailey and Alesha are with him. Alesha is wearing a white tee and a pair of skin-tight leggings, and a pink fur jacket, and Hailey’s wearing a Gucci cap, and a hoodie that looks too big for her skinny body.

레이는 헤일리랑 알리샤와 같이 있다. 알리샤는 앰부쉬 흰 티에 모스키노 페이크 레더 레깅스를 입고 모스키노 x H&M의 핑크색 퍼자켓을 걸치고 있고, 헤일리는 구찌의 패턴 볼캡에 언래블 프로젝트의 후드티를 입고 있는데 후드티가 몸에 비해 지나치게 커 보인다.

 I notice that Hailey’s even thinner than before, her cheekbones sharply protruding from her fatless face, a silhouette of a skull. I feel like I could almost see her eye sockets. Hailey and Alesha hugs me.

난 헤일리가 전보다도 더 말랐다는 걸 알아챈다. 광대뼈가 살이 하나도 없는 볼에서 날카롭게 튀어나와서 무슨 해골같은 실루엣이다. 안구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헤일리랑 알리샤 둘 다 나를 반갑게 안는다.

I introduce Cole and they hug as well. Hailey tells me that I’ve gotten even paler than I was, but that I look good. Alesha likes my suit. “I want Taylor to dress half as classy as you. He’s all Gucci, Louis V, or Balmain.” She sighs.

내가 콜을 소개해주고 콜도 걔네랑 포옹을 한다. 헤일리는 내가 전보다도 창백해 보인다고, 근데 되게 잘생겨 보인다고 말한다. 알리샤는 내 수트가 마음에 든다. “테일러도 네 반만큼이라도 좀 클래식하게 입으면 좋을텐데. 걘 맨날 구찌, 루이, 발망 타령이야,” 알리샤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I didn’t unpack yet, and this was the only thing that didn’t fit me like an idiot.” I now remember that this might be the suit I got tailored for my first attendance at the corporate board meeting.

“아직 짐을 풀 시간이 없어서. 이게 유일하게 나한테 병신같이 맞지 않는 옷이더라고.” 이제 생각해보니 기업 이사회에 처음으로 참석을 할때 입으려고 맞췄던 수트가 이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Wait, you’re going out with Taylor? I thought it was Kayden.” Hailey says, and Alesha laughs.

“잠만, 너 테일러랑 사귄다고? 난 케이든인줄 알았는데.” 헤일리가 말하자 알리샤가 깔깔 웃는다.

 “That’s gross. Kayden was just a fling. The only thing good about him was his long dick. But he thinks it makes it some kind of a fucking stud.”

“말도 안되는 소리지. 케이든은 그냥 한 번 만나본거지. 걔 만나면서 유일하게 좋았던 게 걔가 좆이 엄청 크거든. 근데 걘 그게 자길 무슨 존나 멋있는 새끼로 만들어주는 줄 알아.”

 Alesha makes a face in mock disgust. I recognize the name and realize I might have slept with Kayden. Hailey says that she’ll get us drinks and heads to the bar.

알리샤는 말하면서 역겹다는 듯 웃긴 표정을 짓는다. 이름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다가 나도 케이든이랑 잔 적이 있는 것 같다는 걸 깨닫는다. 헤일리가 우리 술을 가져오겠다고 말하고즌 바로 걸어간다.

“How is New York, by the way?” Ray asks. I’m trying to think of an answer when Hailey comes back with five glasses of champagne in hands so bony I’m afraid the weight might break her fingers. Ray lifts the glass, shouting “Merry fucking Christmas!”

“그래서 뉴욕은 어때?” 레이가 물어본다. 내가 대답할만한 말을 찾으려고 생각하던 중에 헤일리가 샴페인 다섯 잔을 들고 돌아오는데 잔을 든 그 손이 너무 얇아서 잔의 무게가 손을 부러뜨려 버리는 건 아닌가 순간 무서워진다. 레이가 잔을 받아들곤 높게 든 채로 소리친다. “다들 존나 메리 크리스마스!”

Hailey soon tells us she’s not feeling well. She gets up, tells us Merry Christmas, then leaves. Alesha tells me Hailey’s anorexic, and that she fell unconscious in middle of class last week and that they had to take her to ER.

조금 뒤에 헤일리는 우리한테 컨디션이 좀 안좋다고 말한다. 일어나더니 우리한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하곤 나가버린다. 알리샤는 나한테 헤일리가 거식증에 걸렸고, 저번 주에 학교에서 수업 중에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실로 데리고 가야 했다고 말한다.

Ray brings another round of champagne.

“Dude, you’re really pale. You could model here.”

I shrug and drink the champagne.

레이가 샴페인 몇잔을 또 들고 온다.

“야, 너 진짜 창백하다. 여기서 모델하면 인기 좀 있을텐데.”

난 어깨를 으쓱하곤 샴페인을 마신다.

“But seriously, maybe you should see a dermatologist, you know, just to look healthier. There’s this place I go to, and you don’t have to spend 2-3 hours there, stuck. They have this new machine to enrich the skin and it’s done in 20 minutes. Here, I’ll give you the manager’s number.”

“아 근데 진짜로, 너 피부과 한 번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 있잖아, 좀 더 건강해 보이게. 내가 가는 곳이 있거든, 근데 거긴 막 두 세시간 씩 갇혀서 있을 필요가 없어. 20분 만에 피부에 영양 공급을 싹 끝내주는 새로운 기계가 있거든. 자, 내가 상담실장 번호 줄테니까 봐봐.”

He sends me a contact information on Kakaotalk.

“But don’t tell anyone I go there, okay? I can’t have anyone know. You understand, right?”

Ray suddenly seems super nervous, and I tell him of course.

레이에게서 카톡으로 연락처가 하나 온다.

“근데 내가 거기 다닌다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누가 알게되면 안된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레이는 갑자기 엄청 불안한 모습이고 난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Great. Want another glass?”

Two hours later I’m in Ray’s house, laying down on the bed, tired and numb from the coke and champagne. Ray is lying next to me, bare chested. I turn my head and stare at him in the eyes as he stands up and clumsily takes off his underwear.

I see that he had his hair completely waxed off and almost laugh.

“좋아. 한 잔 더 마실래?”

두 시간 뒤, 난 레이의 집에서 코카와 샴페인에 찌들어 피로하고 얼얼한 기분으로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레이는 내 옆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로 누워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레이가 일어나 어색하게 속옷을 벗는 동안 그와 쭉 눈을 맞춘다. 나는 레이가 털을 거의 완전히 왁싱해버린걸 보고 웃을 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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